검은 칠로 가린 PDF, 글자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거래처에 보낼 명세서에서 담당자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만 가리면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대부분 PDF 편집기를 열어 그 자리에 검은 사각형을 그린 뒤 저장합니다. 화면으로 보면 완벽하게 가려져 있으니 그대로 메일에 첨부합니다.
그런데 그 파일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받은 사람이 파일에서 텍스트만 뽑아내면 사각형 아래 글자가 그대로 나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두 가지가 남습니다. 하나는 내가 가린 파일이 실제로 가려졌는지 30초 만에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내용을 진짜로 없애는 방법과, 그렇게 했을 때 감수해야 할 손해입니다.
수치는 전부 제 노트북에서 직접 만들어 측정했습니다. 로컬에 띄운 Stirling PDF 2.14.2로 2026년 8월 8일에 확인했고, 같은 조건이면 누구나 재현할 수 있습니다.
사각형을 덮는 일과 글자를 지우는 일은 다릅니다
PDF는 화면에 보이는 그림과 그 안의 글자 데이터를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검은 사각형을 그리는 것은 그림 위에 도형 하나를 더 얹는 작업입니다. 글자 데이터는 그 아래에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사각형을 덮은 파일도 복사·붙여넣기가 됩니다. 검색도 됩니다. 텍스트만 뽑아내는 기능을 쓰면 가린 부분이 문장째로 나옵니다.

직접 만들어 확인한 결과
이름·연락처·이메일·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1쪽짜리 거래 명세서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파일에 두 가지 처리를 각각 적용하고, 처리한 파일에서 텍스트를 뽑아 원래 값이 남아 있는지 비교했습니다.
| 처리 방식 | 파일 크기 | 뽑힌 글자 수 | 가린 정보 3건 |
|---|---|---|---|
| 원본 (아무 처리 안 함) | 20,805바이트 | 301자 | — |
| 검은 사각형만 덮기 | 21,067바이트 | 301자 | 3건 모두 그대로 나옴 |
| 가린 부분을 이미지로 굽기 | 309,913바이트 | 0자 | 하나도 나오지 않음 |
주목할 부분은 가운데 줄입니다. 검은 사각형을 덮었더니 파일이 262바이트 늘었습니다. 무언가 지워졌다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커졌습니다. 사각형을 그리는 데이터가 추가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글자는 하나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뽑힌 글자 수도 원본과 똑같은 301자였습니다. 주민등록번호 900101-1234567, 연락처, 이메일 주소가 전부 그대로 나왔습니다.
내가 보낸 파일은 어느 쪽인지 30초에 확인하기
가장 빠른 방법은 PDF 뷰어에서 가린 부분을 드래그해 복사해 보는 것입니다. 사각형 위를 마우스로 긁었을 때 선택 영역이 잡히면 글자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붙여넣기까지 해 보면 확실합니다.
파일이 여러 개라면 텍스트만 뽑아 검색하는 편이 빠릅니다. 로컬에 Stirling PDF를 띄웠다면 아래 한 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가린 파일에서 텍스트만 뽑아 원래 값이 남아 있는지 확인
curl -s -X POST -F "fileInput=@가린파일.pdf;type=application/pdf" \
-F "outputFormat=txt" \
http://localhost:8380/api/v1/convert/pdf/text | grep "900101"
결과가 한 줄이라도 나오면 그 파일은 아직 안전하지 않습니다.
내용을 실제로 없애는 방법
가린 부분을 이미지로 굽는 것이 확실합니다. 글자 데이터 자체가 사라지고 그림만 남기 때문에 뽑아낼 것이 없어집니다. 위 표의 세 번째 줄이 그 결과입니다. 뽑힌 글자가 0자였습니다.

도구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옵션은 대체로 “이미지로 변환”, “래스터화”, “Convert to image” 중 하나입니다. 이 옵션을 켜지 않으면 검열 기능을 써도 결과는 검은 사각형과 같습니다. 제가 확인한 도구도 이 옵션이 기본값으로 꺼져 있었습니다.

이미지로 구우면 잃는 것
공짜는 아닙니다. 같은 파일이 20,805바이트에서 309,913바이트가 됐습니다. 약 14.9배입니다. 메일 첨부 한도가 빠듯한 문서라면 이 차이가 문제가 됩니다.
더 중요한 손해는 따로 있습니다. 문서 전체가 그림이 되므로 본문 검색이 안 되고, 복사도 안 되고, 화면 낭독기도 읽지 못합니다. 받는 사람이 내용을 옮겨 적어야 하는 문서라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나눕니다.
- 밖으로 나가는 문서(거래처·관공서 제출본)는 이미지로 굽습니다. 용량과 검색 편의보다 유출 위험이 큽니다.
- 사내에서 돌려 보는 문서는 애초에 민감 정보를 넣지 않은 사본을 따로 만듭니다. 가리는 것보다 처음부터 없는 편이 안전합니다.
- 스캔한 문서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이미 그림이라 글자가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문자 인식을 거쳐 글자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스캔한 PDF, AI에 넣기 전 확인할 3가지에서 정리한 확인 순서를 먼저 밟는 편이 낫습니다.
보내기 전 확인 순서
| 순서 | 확인할 것 | 통과 기준 |
|---|---|---|
| 1 | 가린 부분을 드래그해 복사 | 글자가 선택되지 않아야 함 |
| 2 | 텍스트 추출 후 원래 값 검색 | 검색 결과 0건 |
| 3 | 파일 크기 변화 | 처리 후 커졌다면 이미지로 구운 것, 그대로거나 소폭 늘었다면 사각형만 덮은 것 |
| 4 | 문서 속성의 작성자·제목 | 본문을 가려도 파일 정보에 이름이 남는 경우가 있음 |
4번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본문을 아무리 잘 가려도 파일 정보 칸에 작성자 이름과 내부용 문서 제목이 남아 있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당장 할 일은 하나입니다. 최근에 검은 사각형으로 가려서 보낸 파일이 있다면, 지금 그 부분을 드래그해 보세요. 글자가 잡힌다면 다시 보내야 합니다.
확인한 자료
- 측정 환경: 로컬 Docker에 올린 Stirling PDF 2.14.2, 2026년 8월 8일 측정
- Stirling PDF 공식 문서 — 검열 기능의 이미지 변환 옵션 설명
- 비교 대상 파일과 수치는 본문 표에 적은 값이 전부이며, 다른 PDF 편집기에서는 옵션 이름과 기본값이 다를 수 있습니다.